택시타고 700km, 발루치스탄 인들의 땅 차바하르

 

발루치스탄 차바하르의 항구. 에메랄드 빛 바다와 작은 배들로 가득하다


반다르아바스에서 차바하르까지의 거리는 약 663km로, 이란 동쪽 끝에 해당하는 이 지역으로 향하는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었어요.


이란에 도착하기 전부터 버스나 항공편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곳에 갈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해 왔습니다. 


테헤란을 경유해 비행기를 타야 할지, 아니면 이런 비수기에 존재하는지 여부도 잘 모르는 항공권을 찾아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행 가방 두 개를 끌고 반다르아바스의 식당 앞에 서서 한 시간 넘게 택시를 계속 호출해보았었죠.


과연 누가 이렇게 위험한 12시간짜리 장거리 운전을 자청하겠어요... 대부분은 거리를 확인한 뒤 취소했었습니다.


한 시간동안 계속 택시 콜 버튼을 누르다가 콜이 잡힌 순간에 기사님에게 페르시아어로 요금의 2.5배를 지불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길 무한 반복... 그렇게 또 한 시간이 지나서야, 마침내 해당 지역으로 출발하겠다는 기사님의 메시지와 함께 호출 승인 알림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감자튀김과 새우

꽤 고급 레스토랑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서 온 여행자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이곳에서 먹은 식사는 약 2인분 정도로, 가격은 약 14달러였습니다. 

일반적인 내륙 식당에서는 1인분 식사가 보통 3~4달러 정도이며, 더 저렴하게 먹고 싶다면 2달러 이하로도 한 끼를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재래식 화장실

근데 화장실만큼은 좀 ... 적응이 잘 안됐어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란에서 여행을 마칠 때까지 끝내 익숙해지지 못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 문화였습니다. 이란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합니다.

이처럼 비교적 고급스러운 식당에서도 재래식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었고, 한 번은 부유한 친구의 집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하나의 욕실 안에 화장실이 두 개나 있었습니다.

좌식 변기와 재래식 변기가 나란히 있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호텔이나 숙소에서는 좌식 변기를 비교적 자주 볼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식당이나 카페, 그리고 공공장소에서는 재래식 화장실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 물이 쫄쫄쫄 흘러나오는 수도꼭지가 있고 바가지에 물이 담겨져 있는 곳도 있었는데

그거 손으로 닦는 곳인지도 모르겠어요 ㅋㅋ;;


택시기사의 면허증 사진
이란의 택시면허증이에요. 이걸 제가 왜 들고있냐면요..무서웠거든요 ㅋㅋ

대충 볼일을 보고 로비로 돌아오니 택시기사 아저씨가 도착해있었습니다.

택시기사는 번역기를 켜더니 뒤에 한 사람이 더 탈거라고 적고는 보여주더군요.


"뭐야 이거 무섭잖아..."


제가 택시 기사님의 운전면허증을 사진으로 찍게 된 이유를 설명하자면, 기사님이 차바하르로 가는 길에 친구 한 명을 함께 태우겠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낯선 지역으로 혼자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긴장하고 있던 상황에서, 모르는 사람이 한 명 더 동승한다는 이야기를 듣자 등골이 서늘해졌고, 혹시 빠져나갈 방법이 없을지 순간적으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에는 온갖 부정적인 상상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습니다.


혹시 차가 이상하고 외진 곳으로 향하다가, 뒷좌석에 앉은 사람이 밧줄로 제 목을 조르면 어떡하지… 한 사람 상대하기도 벅찰 텐데, 좁은 차량 내부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덤벼들면 과연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며 불안이 점점 현실적인 공포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택시 기사님의 친구를 처음 마주한 순간, 그 두려움은 더욱 커졌습니다. 키가 180cm는 훌쩍 넘어 보이는, 체격이 아주 좋고 근육질인 남성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내려야 하나 싶었지만, 섭씨 40도를 훌쩍 넘는 폭염 속에서 짐 세 개를 들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막막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만약 이 사람들이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제가 내리겠다고 한다고 해서 과연 순순히 보내주기나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기사님께 솔직하게 제 심정을 말씀드렸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두 분이 같이 가신다니까 너무 무섭습니다. 왜 우리 셋이서 가는 건가요?”


기사님은 친구와 몇 마디를 주고받더니 웃음을 터뜨렸고, 번역 앱에 무언가를 입력해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쫄?ㅋㅋ 걱정하지 않아도 돼. 우리는 둘다 택시 기사입니다. 차바하르까지는 12시간이 넘게 걸리고, 길도 매우 위험해서 혼자 운전할 수가 없거든. 비용은 친구와 나누기로 했고,  번갈아 가며 운전할 예정이야.”

그러더니 두 사람은 각자의 운전면허증을 꺼내 제게 건네며 말했습니다.

“그래도 믿기 어려우면, 이거 사진으로 찍어서 저장해놔.”


아무도 없는 도로
해가 진 뒤, 외진 도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침묵.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해가 지고 여정이 계속되면서 점차 택시기사님들의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왜 다른 기사님들이 제 호출을 받고도 거리를 확인한 뒤 취소했는지도 자연스럽게 납득이 갔습니다.

예상 소요 시간은 12시간 30분이었지만, 실제로는 약 15시간이 걸렸습니다. 무엇보다 가로등조차 전혀 없는 어두운 구간들이 계속 이어졌어요.

그런 어둠 속에서는 강도가 숨어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십 킬로미터 동안 사람의 흔적도, 불빛도 전혀 없는 곳에서 만약 누군가 차를 세우고 위협한다면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고,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또 한 번은 검문소 표지조차 보이지 않는 캄캼한 어둠 속에서 갑자기 군인들이 나타나 차량을 세우고 제 여권을 요구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손이 떨리는 상태로 여권을 건넸고, 군인들조차도 제가 왜 이런 곳을 택시로 이동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택시 기사님들이 한참 동안 상황을 설명한 끝에야, 군인은 마침내 통과를 허락해 주었습니다.



차바하르에 도착 후 택시기사와 한컷


발루치스탄을 가로질러 14시간의 여정을 함께해 준 기사님들과의 마지막 사진입니다.

해가 지기 전 오후에 시작된 여정은 다음 날 아침 8시가 되어서야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기사님들께서 너무 피곤해 보이셔서 호텔에서 잠시라도 쉬실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지만, 리셉션에서는 객실이 1인실이라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여러 차례 부탁한 끝에 약 한 시간 정도만 머무르는 것을 허락받을 수 있었고, 기사님들과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 먼 길을 함께 와주신 데 대해 감사 인사를 드리며 무사히 돌아가시길 바란다고 전했지만, 이렇게 바로 보내드리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소정의 팁과 함께 메신저로 연락처를 추가해도 되겠냐고 여쭤보았습니다.

기사님들은 흔쾌히 계정을 공유해 주셨고, 무사히 도착하면 연락을 주겠다고 말한 뒤 곧바로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이후 기사님 중 한 분인 모르테자(Morteza) 씨와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최근까지도 다른 나라에서 온 난민들이 계속 이란으로 유입되었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차바하르의 다락비치
(사진 출처: https://media-cdn.tripadvisor.com/media/photo-s/18/e1/8c/ba/darak beach-in-chabahar.jpg)

차바하르의 다락비치 해변 모습
(사진 출처: https://dynamic-media-cdn.tripadvisor.com/media/photo o/16/27/61/f3/darak-village-where-desert.jpg?w=900&h=-1&s=1)

제가 차바하르를 찾은 이유는 사막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곳, 다락 해변(Darak Beach)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해변은 밤이 되면 발광성 플랑크톤 때문에 푸른빛으로 빛난다고 알려진, 매우 신비로운 장소이지만, 당시에는 극심한 폭염으로 인해 결국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이전에 호르무즈 섬에서 더운 날씨 속에서 이미 한 차례 위험한 경험을 했던 터라, 현지인들의 조언을 무시한 채 무리한 행동을 하지는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차바하르의 낙타
차바하르 도로변에서 아무렇지 않게 풀을 뜯고 있는 낙타들입니다.


이란 남부에서는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죠.

아주 오래전 이곳은 깊은 바닷속에 잠겨 있었지만, 아라비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면서 점차 육지로 융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변 지역을 둘러보면 이러한 과정을 보여주는 흔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관광 안내 자료에서는 이런 지형을 흔히 ‘화성의 산(Mars Mountains)’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차바하르의 모래언덕
가까워질수록 과거의 바다의 밑바닥에 있었던 구조물들은 마치 바람에 의해 조각된 조형물처럼 보였어요






차바하르의 모래언덕
차바하르의 화성같은 풍경들. 비현실적인 하얀 길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습니다.






차바하르 해안가의 절벽
절벽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차바하르의 해안가 풍경

작은 배들이 에메랄드빛 바다위에 모여있습니다.
차바하르의 형형색색 어선들이 따뜻한 걸프 해역의 바다 위에서 평온하게 머물고 있었습니다.


차바하르의 선착장
잔잔한 하늘 아래,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는 이란 차바하르의 풍경
차바하르의 선착장 주변의 도로
바위 지형에 둘러싸인 해안 도로를 따라 차로 내려가며 바라본, 차바하르의 푸른 바다로 향하는 풍경

 



차바하르의 해안가



버스정류장과 염소의 모습
차바하르의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만난 염소들


이곳은 한때 영국이 탐낼 만큼 해상 무역의 요충지였던 지역으로, 바다뿐만 아니라 육로로도 인접 국가들과 연결되어 있어 매일같이 수많은 화물 트럭들이 물자를 싣고 오가고 있었습니다.

특이하게 느껴졌던 점은 주유소마다 차량들이 유난히 많이 몰려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지켜보던 한 현지 주민이 꽤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기 저렇게 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유를 알아? 저 사람들은 여기서 기름을 살 차례를 기다렸다가, 그걸 파키스탄에 팔기 위해 모여 있는 거야.”

그래서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나 국경 경찰이 이런 일을 단속하지 않나요?”

그러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습니다.

“아니, 그냥 모른 척해. 이 지역은 그들도 어떻게 할 수 없어. 원래부터 정부는 이곳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개발에만 관심있을 뿐이니까.”

그는 국경 쪽으로 향하는 트럭들을 가리키며, 과거 이 지역에서 경찰과 주민들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진 적도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두려워한 경찰이 상황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기름을 아주 싼값에 파키스탄으로 팔면서 생계를 유지해. 이 땅의 자원들이 여기저기로 헐값에 흘러나가고 있는 셈이지.”



차바하르의 시장

차바하르의 재래시장
차바하르의 재래시장



이란의 대부분 지역이 시아파인 것과 달리, 이곳 발루치 사람들은 대체로 수니파에 속해 있어 종교적·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 역시 이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였습니다.

정부 차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차별 의식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였고, 정부가 바라는 이상적인 통합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습니다.

차바하르에서의 마지막 날, 저는 현지 공항에서 이란 국내선을 처음으로 이용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의 버스터미널보다도 작아 보이는 차바하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탄다는 것 자체가 여러모로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경제 제재로 인해 항공기 부품을 구하기 쉽지 않은 나라에서 비행기를 탄다는 점은 다소 걱정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묘한 설렘을 주는 모험이기도 했습니다.

기종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서비스는 다른 나라의 일반 항공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비행기는 마치 고속버스처럼 덜컹거리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별다른 문제 없이 발루치 사람들과 함께 테헤란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의 발루치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테헤란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기내 수하물을 꺼내기 위해 벌떡 일어났는데, 서두르는 사람은 저 혼자뿐이라 괜히 머쓱해져 다시 앉아 차례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추가 정보 및 주의사항

  • 이란을 육로로 입국하실 경우, 너무 늦은 밤 도착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심야에는 환전할 곳을 찾기 어렵고, 휴대전화 개통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 2026년 2월 8일 기준 환율은 1달러당 약 159,000토만입니다. 제가 여행했을 당시인 2024년에는 약 57,000토만 수준이었습니다.

  • 전반적인 물가는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저는 1박에 약 8~20달러 수준의 저가 호텔에 머물렀습니다. 간혹 화장실 수압이 약한 경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고 사람들도 친절했습니다.

  • 휴대전화 개통 시에는 VPN 설치가 가능한지 꼭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점은 절대 잊지 마시길 권합니다. 직원이 매우 친절하다면 소액의 팁을 건네고, 이후 유료 VPN을 따로 알아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무료 VPN도 쓸 만하지만, 유료 VPN의 성능은 확실히 더 좋습니다.

  • Snapp 앱은 여행자에게 거의 필수입니다. 현지에 친한 지인이 있다면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배달, 숙소 검색, 택시 호출 등 필요한 기능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 Snapp으로 택시를 호출할 경우, 장거리 이동은 요금이 낮아 기사들이 취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사가 호출을 수락했다면 페르시아어 메시지로 추가 요금을 제안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오래 기다려도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면, 약 1.5배 정도의 요금을 제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래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수준입니다. 최후의 방법으로는 길에서 직접 택시 기사와 가격을 협상하실 수도 있습니다.

  • 차바하르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저처럼 반다르아바스에서 택시를 타고 약 15시간 동안 이동하며 약 80달러를 지불하는 방법도 있고, 수도 테헤란에서 왕복 항공편을 이용하실 수도 있습니다. 인근 도시를 경유해 택시나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 저가 숙소의 가격대는 대략 1박 20~30달러 수준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