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데, 삶과 전설속의 이야기를 조각하는 사람들의 도시

 


It is presumed to be a chessboard





이스파한에서 남쪽으로 약 3시간 떨어진 중부 내륙 지역에는 해발 2,000미터 고지에 위치한 아바데라는 인구 약 6만 명 규모의 소도시가 있습니다.

인구나 크기 규모로 보자면 제가 학창시절에 잠시 머물렀던 강원도 속초시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이란의 주요 도시들에 비해 규모가 작고, 오늘날에도 교통편은 제한적인 편이지만, Uraman takht나 Chabahar만큼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발달된 교통 환경과는 달리, 과거에는 이러한 교통적 제약 때문에 아바데까지의 여정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바데라는 도시는 오랫동안 수많은 상인들이 오가던 거점이었으며, 아바데의 장인들은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란 전역에서 명성을 유지해 왔다고 합니다.


dried mountain

제가 방문했던 시기의 아바데는 마치 사막처럼 메마른 곳이었어요. 하지만 봄이오면 이곳에도 꽃이 피어나고 자랄 것입니다.

flowers in the mountain
이렇게요.


dessert, Lawrence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한 장면)


오늘날에는 많은 지역에 잘 포장된 도로가 놓였지만, 과거에는 상황이 전혀 달랐어요. 옛 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파한에서 출발해, 제국의 북서쪽 국경 너머 먼 지역까지 장거리 이동을 하던 상인들은 험준한 지형을 넘어야 했고, 곳곳에서 도적들을 만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택한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희귀한 고급 상품들과, 젊은 귀족들의 예비 신부에게 진상될 귀중한 선물들은 그 험난한 여정에 목숨을 걸 만큼 충분한 보상이었기 때문이죠.

수천 년 동안 장인 정신을 이어온 도시답게, 가파르고 황량한 산과 언덕을 넘어야 비로소 도착할 수 있는 아바데의 입구에는 거대한 조각상들이 존재감을 드러낸 채 당당하게 서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곳에서는 수많은 수공예품이 생산되어 이란 전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장인들을 위한 교육 시설 역시 여전히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고 합니다.


개인 박물관에는 수천개의 목조공예품들이 보관되어있었어요
지역 예술가를 통해 어느 개인의 박물관에 초대받았어요.


수백년전 사용된 기병용 사이즈의 피스톨이에요.

 "민, 괜찮다면 소개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대대로 미술품을 수집해 왔고, 집에서 개인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거든. 그가 널 기다리고 있어." 

아바데에서의 둘째 날, 저는 개인 박물관을 운영하는 수집가의 집에 초대받아 수많은 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나무로 만든 조각품이었고, 하나하나 매우 정성스럽게 관리되고 있었어요. 저를 이곳에 소개해 준 예술가 부부와 함께 유물들을 천천히, 꼼꼼하게 살펴보았어요.

그중에서도 제 눈길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기병 장교가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총과 그 부품들이었어요. 수집가는 흔쾌히 총의 틀을 열어 주었고, 저는 직접 그 부품들을 만져볼 수 있었어요.


아이스크림을 담을 때 썼다는 아바데의 목조 공예품

아름답고 정교한 무늬뿐만 아니라 깃털처럼 가벼운 무게 역시 지역 장인들의 숙련된 솜씨를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였어요. 이러한 공예품들은 단순한 장식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되었어요.

척박하고 건조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 강인한 나무들은 가공된 이후에도 수백 년 동안 견고한 형태를 유지했어요. 그래서 이 목공예품들은 장식용을 넘어, 오랜 시간 생활 속 도구로 쓰일 수 있었어요.

제 기억이 맞다면, 이 가볍고 튼튼한 큰 숟가락은 아이스크림이나 간식을 떠먹을 때 사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신과 아담, 하와의 모습이 새겨져있어요

바람과 흙으로 인간이 창조되는 장면과, 천사 그리고 거룩하고 위대한 신의 모습을 묘사한 조각상이었어요.

“이 조각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찾으셨나요?”

그가 말을 이었어요.

“흥미로운 점은, 여자인 이브에게도 수염이 표현되어 있다는 거예요.”


수천 년 동안 이 도시의 예술 애호가들과 장인들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작품에 혼을 불어넣어 왔어요.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를 형상화한 조각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섬세했고, 장인들의 영혼이 작품 속에 스며들어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어요.


목조로 만들어진 귀족을 위한 체스놀이판

고대 페르시아 시절을 그린 공예품

이슬람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조상의 흔적을 잊지 않았어요. 고대 페르시아를 상징하는 문양과 이미지들은 작품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어요.

또한 귀족과 부유층을 위해 제작된 체스판도 볼 수 있었어요.

수천년 전 사용된 식기들

수천년 전 사용된 식기들


제가 방문한 다른 박물관들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오래된 유물들도 볼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이곳 사람들은 목공예뿐만 아니라 금속 가공에서도 뛰어난 기술을 지니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어요.

이 작은 도시는 수많은 수공예품으로 가득 차 있었고, 지금도 전통 시장인 바자르에 가면 명성이 자자한 장인들을 만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요.


아바데 지역 방송 촬영

아바데 지역 방송 촬영 기자

어쩌다 보니 생애 처음으로 방송 인터뷰를 하게 됐어요.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생각해 보긴 했지만, 막상 카메라 앞에 서자 머릿속이 하얘졌고, 몇 차례 NG가 나 재촬영을 해야 했어요.

비록 마지막에는 다소 어색한 부분들이 남아 있었지만, 다행히 전체적으로는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방송국 직원들은 멀리 아바데에서 온 이 여행객을 따뜻하게 맞아 주었고, 인터뷰에 참여해 줘서 고맙다며 인사를 건넸어요.

늘 그렇듯 방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말들과,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던 장면들이 떠올랐어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제 어색하고 불완전한 모습마저도 하나의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기로 했어요.


아바데의 어느 공원

아바데의 어느 공원


아바데의 호수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새로운 꿈을 좇는 가운데, 아마도 그들 역시 시간과 공간이 바뀌어도 어디에나 존재하는 웅장한 예술의 정신을 붙잡고 싶었을 거예요.

비록 작고 오래된 도시였지만, 밤이 되면 현대적인 조명이 켜져 거리는 아름답게 빛났어요. 대도시만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도시가 영원히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기를 바라는 듯 곳곳에 현대적인 디자인 요소를 조심스럽게 심어 두고 있었어요.

이 도시는 장인들로만 이루어진 곳은 아니었어요. 수업이 지루해 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들도 만났고, 세계를 여행하던 사진기자로부터 멋진 사진을 선물 받기도 했어요.

잔잔한 강물에 비친 석양을 바라보며, 그들은 예술이 조각이나 금속 공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추구하고 사랑하는 모든 것 속에 깃들어 있다고 믿고 있는 듯했어요.


아바데의 고양이

아바데의 밤하늘



추가 정보 및 주의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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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소 정보
    아바데에는 1박 10~20달러 수준의 저렴한 숙소들이 있습니다. Snapp 앱을 이용하거나, 구글 검색을 통해 비교적 쉽게 예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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