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우리 러시아 사람들은 평소에 잘 웃지 않지만, 마음은 따뜻해."
"우크라이나에서는 바보처럼 웃고 다니지 마. 그렇게까지 친절할 필요는 없어!"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들이 다소 내성적인 것처럼 느껴졌던 것처럼, 제가 이곳저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인상도 차갑게 느껴졌어요..
한 노부인이 제가 점원에게 영어로 '계란'이라고 말했을 때 제 서툰 러시아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러시아어로 말하라고 꾸짖었고, 노골적인 차별적인 시선도 경험했지만, 그 외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해 보였습니다.
한 번은 몰도바에 갔다가 돌아오는길에 차가 끊겨서 12시에 1시간 넘게 깜깜한 어둠속에서 숙소까지 걸어가고 있으니까 지나가던 마을주민이 걱정됐는지 뭔가 도와주려고 하더라구요..
겉으로 보기에는 차가운 사람들이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는 결코 외면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숙소에서도, 그리고 이웃들도요.
처음에는 그들의 차가운 태도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그들의 문화이자 정체성의 일부였던거 같습니다.
처음 트란스니스트리아에 도착했을 때, 한 노부부가 있었는데, 다른 일정이 있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숙소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을 때 환전과 휴대전화 개통을 도와주기 위해 저와 동행해 주셨습니다.
제가 큰 짐을 끌고 이리저리 둘러보는 모습을 보고 한 아주머니가 도와주고 싶어 하셨는데, 필요한 게 뭐냐고 물어보시더니 나를 식당으로 데려가주시기도 했어요.
외국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본 적은 이란과 트란스니스트리아가 제일 기억에 남네요.
이곳 사람들은 보통 저를 무관심하고 무표정하게 대했지만, 제가 도움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면 주저 없이 다가와서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곤 했거든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줄 서서 오래 기다리는 걸 참지 못하는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을 눈치챈 듯한 한 여성이 제가 너무 급해 보인다며 자리를 양보해 준 것도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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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라티노(Buratino)는 구소련과 러시아어권 국가에서 인기 있는 전통 음료로, 달콤하고 상큼한 레몬 맛이 특징입니다. 라고 GPT가 말하네요. |
맛은 있는데 아저씨 뒤에 있는 일장기때문에 한국으로 수입은 불가능해보이네요ㅋ
"우리가 몰도바와 하나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같이 산책을 함께 하던 타냐가 말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더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루마니아어를 잘 몰라"
"여기 사람들은 우리가 지금처럼 지내는 데 익숙해져 있어"
"몰도바 여권을 발급받을 수는 있지만, 난 아직 없어. 어쨌든 내 여권으로 러시아에 갈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야."
평생 이곳에 머물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친구 타냐처럼, 그리고 해외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던 젊은 학생들에게는 몰도바와 하나가 되는 것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나봐요.
큰 불편함 없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듯 하면서도, 점차 뒤쳐지는 생활에 대해서는 복잡한 국제정세와 지리적으로도 고립된 상황에서 어디로 나아가야할지 알 수 없었기에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보인다는 체념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꼬마아이가)죄송하지만 루마니아어를 잘 못해요. 아, 조금은 알아요! 그래도 러시아어가 더 편해요"
몰도바에는 러시아어 사용자가 많고, 대부분 몰도바어(루마니아어)에도 익숙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아예 러시아어가 모국어였고, 러시아어에 더 익숙한 감정을 드러내는 듯했습니다.
심지어 이곳 군인들은 모두 러시아 군복을 입고 있었죠.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트란스니스트리아가 몰도바와 합병하고,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유럽 연합에 가입하게 된다면, 우리와 그들이 이전보다 더 잘 지내고 더 번영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어.(몰도바 키시나우에서 만났던 어느 한 택시기사와 트란스니스트리아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이 글을 쓰는 지금, 나중에 다시 방문했던 몰도바 키시나우에서 택시 운전사와 나눈 대화가 떠오릅니다.
그중에는 미래를 위해 더욱 평화롭고 가까워져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몰도바와 트란스니스트리아의 통일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다소 냉담하고 멀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방문할 가치가 있었던 나라라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는 매우 지루하고 낡은 도시에 불과한 나라일지도..
누구에게는 소련시절의 유산들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는 나라일지도
누구에게는 평온함과 따뜻한 햇살, 올드하면서도 사람냄새나는 아름다운 나라일지도
그리고 누구에게는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길을 잃은 채로 멈춰선 채 홀로 붉게 산화되어가는 과거의 기억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겠죠.
우리가 행복했던 과거를 그리워하듯이 그들은 과거에 멈춰져있지만,
우리의 기억속에 멈춘 추억들과는 달리 이곳의 사람들은 오늘도 움직이고 온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그들의 냉소 아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희망을 잃지 않은 채로요.
*본 게시글에서 언급된 트란스니스트리아, 몰도바 및 인접 국가 간의 관계와 갈등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한 저의 개인적인 의견만을 포함했으며, 부정확하거나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몇 가지 추가 정보 및 주의 사항입니다.
-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동전을 발행했습니다. 이 동전은 주로 관광객에게 판매되며 일상생활에서는 자주 사용되지 않지만,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꽤 인기 있는 품목입니다.
- 2024년 당시 트란스니스트리아 루블 1개는 약 0.06달러에 해당했고, 플라스틱 동전 세트 가격은 약 9.1달러였는데 정확한 가격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 시내 중심가에서 도보로 10~20분 거리에 은행들이 있으며, 플라스틱 동전을 판매한다는 안내 책자도 있으니 현지인이나 숙소 직원에게 은행 위치를 물어보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플라스틱 동전을 판매하는 서점과 은행의 위치:
* 서점에서는 이렇게 종이로 포장되어 있지 않고 일회용 봉투에 담아 줍니다. 가격 차이가 0.7~1.4달러 정도 나지만, 은행에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소련 시대를 콘셉트로 한 레스토랑들을 소개합니다. 칸티나 URSS는 지하 벙커를, 백 인 더 USSR는 야외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두 곳 모두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으며, 가격대도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음식의 질은 백 인 더 USSR가 조금 더 우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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